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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가죽공예가 Sixteen Room 김영현

조회수
1329
작성일
2016-06-10
작성자
강은정

2015 공예트렌드페어 창작공방관에 'Sixteen Room'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던

김영현 작가의 소식이 <공예+디자인> 매거진 19호에 실렸습니다.

어떻게 소개되었는지 한번 만나볼까요?^^

 

 

젊은 가죽공예가 김영현의 견고한 기법, 새들스티치

 

김영현 작가의 작업실 이름은 ‘식스틴룸Sixteen Room’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의 애정하는 숫자 16처럼

명쾌한 취향이 담긴 장소를 의미한다.
애착과 동경이 고스란히 확장된 곳, 서울 신당동의 작업실을 찾아가보았다.

 

가방, 이야기가 시작되는 공간
개인의 사적인 공간인 가방. 은밀한 만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공감하는 재미가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김영현 작가는 이러한 내밀한 즐거움을 아는 듯 가방이라는 공간에 집중했다.
직접 디자인한 가방에서 소통하는 즐거움이 시작됐고, 대화의 리듬은 주문제작으로 이어졌다.

좋아하는 가방을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재미에 매료된 것이다.

“제가 디자인한 가방에 관심을 보이며 첫인사를 건넨 사람은 외국인이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취향과 관심사 등 공통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연스레 작업까지 이어졌습니다.”

 

시작은 뭉툭한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세부적인 사항들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날카로운 대화와 정확한 요구가 있어야 했다.

스스로를 위한 작업과 타인을 위한 작업은 결부터 달랐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외국어로 대화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대화와 시간의 축적과 더불어 가방도 온전한 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결을 담고, 그 결에 따라 형태를 변주하는 재미와 기쁨을 느낀 후

가방이라는 요소에 적극 다가서게 된 것이다.

작가는 “가방은 대화를 시작하는 데 가장 가깝고 친근한 소재이고 소통하는 행복감을 줍니다.

또한 완성이 주는 기쁨은 작업을 하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고 설명했다.
공간이 엮은 다양한 이야기 김영현은 두 개의 챕터로 그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기하학적이고 수학적인 요소를 결합한 오브제 가방과 실용적으로 상용화한 가방이다.

작가는 오드한odd: 이상한, 기묘한 주제와 조응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흥미로운 부분을 풀어내고 있다.
“이상하기도 하고, 특이한 가방으로 바라보는 점에서 ‘오드한’ 의미가

제 작업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능하다면 명쾌하고 쉽게 저만의 이상함을 담은 가방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고 전했다.
일련의 연작으로, 종이를 접고 펼칠 때 생겨나는 입체감을 표현한「오리가미Origami」 시리즈를 비롯해 시작의 끝이 끝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적 공간의 「무한Infinite」 시리즈,

행지의 체험과 기억을 공간으로 표현한 「기억의 조각Pezzi dimemoria」 등이 있다.

오리가미 시리즈는 좌우대칭적인 형태를 구성하는 반면

무한 시리즈는 비탈면과 구면球面 등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연출함으로써

젊은 작가다운 자유분방한 공간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정면, 측면 등 시점의 방향에 따라 구조가 다르게 나타나고,

안과 밖의 구분이 쉽지 않은 형태감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한다.

이탈리아 여행 속의 심상을 녹여낸 기억의 조각 시리즈는 앞선 실험적인 시리즈와는 달리

감성적인 섬세함이 돋보이기도 한다.

처럼 김영현은 개별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시공간적인 콘텍스
트Context 간의 결합을 엮는 작업을 바탕으로 한다.

 

 

1 

 

건실한 제작 과정
오브제 작업의 모티프는 대개 건축물이나 프렉탈Frectal처럼

구조적 공간 및 기하학적 패턴에서 비롯한다.

아이디어 스케치는 3D모델링을 통해 구체화하고,

페이퍼 모델링Paper Modeling으로 공감각적인 구조를 실현한다.

실측 크기로 모델링함으로써 가죽 재단 시 바로 적용하도록 했다.

주재료는 베지터블 소가죽, 내피는 돈피豚皮,돼지가죽 스웨이드를 사용한다.
베지터블 소가죽은 동물성 가죽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친화적인 가공법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식물성 오일로 무두질한 가죽을 말한다.

가죽에 안감 가죽을 붙이는 본딩Bonding: 접착을 거쳐 하루 정도 충분히 건조하고,

가죽 조각마다 구멍을 내는 펀칭Punching: 구멍뚫기 작업 후에는

새들스티치 기법을 이용해 견고하고 든든하게 꿰맨다.

다각적인 공간과 자유로운 변형을 위해

세분한 가죽 조각을 연결하는 바느질을 반복함으로써 완성하게 된다.

 

고유한 리듬과 음률로 익힌 기법
금속공예를 전공한 김영현은 우연히 가죽공방에서 손을 거들게 되면서

차갑고 단단한 금속과는 다른 가죽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물성에 매료됐다.

한규익 작가를 통해 가죽을 다루는 방법뿐만 아니라

작업에서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작가로서 살아가는 방식 등을 배우며

자연스레 가죽공예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이후 가죽공예의 새로운 가능에 실험과 도전을 거듭하며 작가적 열정을 쏟고 있다.

금속공예 작업으로 손에 익은 감각은 작가만의 고유한 질감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가죽을 목타라는 보조도구에 고정해 꿰매는 과정과는 달리

가죽 각장에 미리 펀칭한 후 바느질을 해나가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제가 하는 작업 방법은 정석은 아니지만 약간의 수정을 더하니

손도 편하고 마음도 편안해졌습니다. 국엔 손에 익은 습관과 방식이 아우러지며

가방에 특이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통상 생각하고 있는 과정의 틀에서 벗어나

한결 폭넓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작가의 역량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새들스티치Saddlestitch는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하던 손바느질 기법 중 하나로

바늘 두 개를 사용해 교차시켜 양방향으로 엮어나가는 방법이다.

특유의 장력으로 중간에 실이 끊어지더라도 풀릴 염려가 적어

가죽공예의 바느질로 자주 사용된다.

들스티치가 핸드스티치Handstitch로도 불리는 건

사람의 손에 의해 구현되는 기술적 특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손길이 엮어내는 바늘땀 위로 김영현만의 리듬과 흐름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다.

서두른다고 작업 시간은 단축되지 않고,

공정을 어느 하나 건너뛰어도 총량의 시간은 별반 차이 없다.

수많은 반복과 인내의 시간에서 연유한 것일까.

작가에게 서른이라는 나이에 비해 묵직한 차분함이 있었다.

가방이라는 공간을 여행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파고드는

내면 여행이 오늘의 밑거름이 된 것은 아닐까 짐작해보게 된다.

지나온 여정보다 지나야 할 행보가 더 많은 작가 김영현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에디터 이연주 | 포토그래퍼 남기용

위 글은 <공예+디자인> 매거진 19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